불행한 화가의 전형적 신화인 빈센트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난지도 11백 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은 온 세계가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정열적인 작풍이 생전에는 끝내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의 작품에 대해 알아보자.
1.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3.30∼1890.7.29)
생전에는 하루에 3프랑 50전을 받는 지붕 밑 방의 집세를 지불하지 못해 쩔쩔매기도 했던 반 고흐의 그림 <가셰 박사의 초상>이 1990년 5월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8천2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생의 묘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밖에 없다. 미술사에서 그는 20세기 초의 포비즘 화가들의 최초의 큰 지표가 되었고 지금도 전형적 비운의 작가로 남아있다. ‘그의 사랑, 그의 천재성, 그가 창조해 낸 위대한 아름다움’은 시대를 뛰어넘어 위대한 불멸의 성좌로 더욱 찬연히 빛나고 있다.
2. 고흐의 작품 활동
그가 화가의 길을 간 것은 1885년 작 <감자 먹는 사람들> 이후부터> 죽기 전까지 5~6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미술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우리 모두는 인정한다. 고흐는 처음부터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화가로서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점원, 전도사 등, 이어지는 사회생활 속에서 겪어온 인간관계의 거듭되는 실패와 그에 따른 좌절감의 돌파구로 뒤늦게 화가의 길을 택하였다. 27세의 늦은 시기 정규 미술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동시에 제도와 규범에 관계치 않는 개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강렬한 색, 운동감 넘치는 붓 자국 등을 통한 대상의 상징적. 표현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고흐가 살다 간 세기말은 우울한 시대였다. 자본주의와 과학 문명의 급속한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절망과 실의에 빠져 있었다. 본질적인 정신세계를 직시했던 고흐는 인간의 내면으로 향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절망을 느껴야 했다. 그는 빛에 의해 반사되는 대상을 그리던 인상주의와는 달리, 태양 그 자체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태양은 그의 내적 세계를 신과 연결시켜 주는 절대적인 길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많은 태양의 그림이 등장한다. 회오리치는 듯한 그의 태양들은 정신적인 혼돈의 세계를 대변하는 동시에 그 갈등의 폭만큼이나 거대한 희망을 상징한다.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감자 먹는 사람들은 에밀 졸라의 소설 대지와 제르미날의 영향이 담겨 있다. 졸라의 사실적 심리묘사와 세부적 묘사를 중시하는 자연주의적 태도에 영향을 받았다. 이와 같이 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은 고흐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지만, 소설의 내용이 그대로 그림의 줄거리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문학적 의미나 상상력을 잘 구분하였던 것이다. 고흐가 택한 방법은 아주 흥미로운 것인데, 소설책 자체를 그대로 화면에 등장시키는 것이었다. <펼처진 성경, 촛대와 소설책이 있는 정물>에서 그의 아버지를 의미하는 성경과 불 꺼진 촛대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한 권의 소설책과 함께 그려졌다. 에밀 졸라의 생의 기쁨이라는 책이다. 고흐가 열심히 탐독했던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그는 이렇게 해석한다. “사람이 정말로 사는 것 답게 살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펼쳐진 성경은 이사야 53장인데, 책의 내용처럼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게 될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예견했던 것이다.
<별이 빛나는 밤> 1889
아를에 머물던 시기부터 교회가 자주 태양으로 대체되어 나며 이것은 고흐가 의식적으로 종교적인 주제를 태양으로 상징되는 일종의 자연에 대한 찬양의 태도로 바꾸었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 고흐의 편지 내용에도 있듯이, 자기 자신의 창조력을 북돋워줄 초인간적인 신의 존재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바람이 태양이나 밤하늘의 별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이내믹한 동적인 곡선은 묵시록적 환상을 만들고 있다. 이 작품은 몽상적이거나 환상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고흐의 내면 현실에 밀착한 것이었다. 구심적인 운동과 통일된 움직임을 나타낸 장대한 밤의 시를 철저하게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해 내고 있는 것이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자살 직전 고흐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나는 고통스러운 하늘 아래에 끝없이 떨쳐져 있는 밀밭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울과 지독한 고독을 그리고 있다
고흐의 마지막 작품인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폭풍이 밀려오는 듯 검은 태양 아래 어두운 하늘과 검은 까마귀들은 그의 자살을 예고하는 혼돈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조증의 요소로 볼 수 있는 회오리 치는 광포한 붓 터치와 위협적으로 내리누르는 검푸른 하늘로 표현된 우울증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고립감·허무감·죄책감·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우울한 기질이 잘 반영된 이 작품은 그에겐 유언장과 같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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